날짜 : 2008년 10월 25일 토요일 오후 7시 장소 : 아람누리 아람극장 중국 국립중앙발레단
(모든 사진은 홈페이지에서..)
'세계적인' 이라는 호칭은 역시 아무데나 붙는게 아닌가보다. 세계적인 장예모 감독이 연출한 발레 <홍등>, 굉장히 보고 싶었는데 베일을 벗은 작품은 역시 무척이나 아름다웠고 감각적이었다. 예전에 본 영국 국립발레단의 공연도 굉장히 스케일이 크고 화려했는데, 그건 의상과 장신구들, 무대장치들 자체가 화려 했었다. 하지만 이건 오히려 의상같은건 그냥 심플했는데 워낙에 색채들이 강렬하고, 중국 답게 사소한것 부터가 스케일이 아예 달랐다. 근데 같은 동양문화권이라 그런지 (잘 모르지만) 완전히 중국스러웠던 음악이나 경극 등이 더 익숙/친숙하고 그랬다. 발레는 잘 모르지만, 배우들의 감정연기가 뛰어나고, 몸의 선이나 움직임이 굉장히 부드럽고 유연했던것 같다. 장면의 전환은 빠르지만 억지스럽지 않았다. 장예모 감독 연출 답게 무엇보다도 색채가 너무 아름다웠다. 압도하는 붉은색과 천장까지 가득 채우는 홍등, 열정의 빨간색 옷을 입은 셋째부인과 질투의 노란색 옷을 입은 둘째부인 등등.. 더 주저리 주저리 쓰기 보다는 사진 몇장으로 ㅋ
이런장면 참 좋다. 빛만을 이용해 연출한 극적이고 긴장감 넘치는 장면. 매튜본의 <백조의 호수>에서도 그림자를 이용한 장면이 참 좋았는데.
<백조의 호수>는, 어릴때 볼쇼이 등에서 아이스발레로도 몇번 보았고, 정통 발레로도 보고, 매튜본의 댄스뮤지컬로 남자 백조들 공연도 보았다. 그런데도 원작 내용을 모른다는게 더 이상하다. 매번 내용이 꽤 달라서 그런거 같다. 아이스발레로 본건 사실 기억이 거의 안나서.. 기대가 많이 됐다.
어쩜 이렇게 색이 안예쁠수가 -_-;;;;
호수를 그리는 배경이 동화스럽게 예뻤다. 하지만, 무대가 너무 작았다는게 아쉽다. 무대 위에 얼음판을 따로 만들다 보니 더욱 그렇다. 피겨스케이팅이 오버랩되면서, 김연아 선수와 페어경기에 나온 선수들이 빙판을 신나게 누비던 모습이 생각나면서, 한정된 작은 공간에서 왔다갔다 하는 모습이 조금은 답답했다. 아이스발레다 보니 발레하면 떠오르는 팁토 같은건 볼수가 없어서 아쉬웠지만, 언니말대로 대신 얼음위를 쭉쭉 움직이는건 시원스러워 보이더라.
음 그리고.. 아, 왕자의 지조란. 그렇게 허무하게, 쉽게, 가볍게 바뀌다니. 남자란 그런것일까. ㅋㅋㅋ
<백조의 호수>들 중, 매튜본의 공연이 가장 독특한것 같다. 물론, 남자 백조들이라는 것 자체가 주목할만 하지만, 주로 전달받은 내용도 꽤 상이하다. 무대도 안무도. 그걸 볼때, 나름대로 머리가 울리는 듯하게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서 보아왔던 <백조의 호수> 중에선 여전히 그게 최고다.
아이스발레는 여름용. 얼음지치는 소리가, 거슬리는 사람도 있겠지만, 굉장히 시원했다. 언니야, 덕분에 재밌게 잘보았어^ㅡ^ 또 내가 열심히 응모해볼게 낄낄낄.
"매우 세련된 두 명의 무용수들은 서로에게서 순수함으로 돌아가는 길을 발견했다. 그리고 이 발견은 놀랍도록 감동적인 것이었다." -The Guardian, 영국
"눈부실 정도로 황홀한, 서로 다른 두 정신과 육체의 특별한 만남" -The Times
전설적인 발레리나 실비 길렘. 인도 전통춤 카탁의 대가 아크람 칸.
내가 이 공연을 처음 접했을때 알고 있던건 단 이 두문장 뿐이다. 공연을 보러가기 전에 인터넷으로 잠시 찾아보면서 이 두사람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조금씩 알게 되었다. 하나같이 찬사를 보내는 평가들. 각자의 솔로안무도 그러하지만 함께하는 2인무(파드되)에 대한 리뷰는 극찬 일색이었다. 찾아보면 볼수록 기대감은 커져만 갔고, 실비만이 할 수 있다는 6시 자세를 사진으로 본 순간부터는 그들을 얼른 보고 싶어서 몸이 달아올랐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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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돌, 공격 그리고 충격
실비 길렘과 아크람 칸의 ‘신성한 괴물들’
MAPA 3월 글|김우정 기자
20여 년 전 발레를 전공하는 학생들의 우상은 미하일 바리시니코프였다. 다이어리와 지갑 속에는 바리시니코프의 사진이 한 장쯤 들어있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고, 영화 <백야>에서 보여준 열 한 바퀴의 턴을 떠올리며 그를 영웅시 생각했던 때였다. 외국 무용수들의 사진을 구하기 어려웠던 당시에는 남대문 시장이나 광화문 뒷골목에서 영문판이나 일어판 잡지 <Dance>를 찾아내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려웠다.
그때와 지금을 비교하자면 많이 변해도 한참 변했다. 일단 인터넷 하나 만으로 해외 발레단 사이트에 들어가는 것은 너무 쉬워졌고, 그 안에서 사진이든 동영상이든 맘껏 구경할 수 있으며, 심지어 인터넷 검색창에 ‘발레’라는 단어 하나만 쳐도 놀랄만한 분량의 발레리나 사진들이 주루륵 나타난다. 그리고 학생들은 자신들의 미니홈피에 ‘발레’라는 폴더를 만들어 수십 장 수백 장의 사진을 담아두며 감상을 하고 있다.
서론을 길게 이야기 한 이유는 바로 발레리나 실비 길렘 때문이다. 어떤 동작을 해도 절대 흐트러지지 않는 기본기와 가녀리지만 근육으로 다부져진 몸매, 그리고 곧 꺽일 듯 기가 막히게 나온 발등과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유연성에 더해진 그녀만의 풍부한 표현력을 지닌 실비 길렘은 이 시대 발레리나를 꿈꾸는 학생들의 우상이다. 인터넷을 떠돌다보면 그녀의 사진 밑에는 종종 “과연 인간인가?”라는 리플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체조선수를 꿈꿨던 11세의 실비 길렘은 기본기를 다지기 위해 파리 오페라 발레학교에 입학했고, 그것은 그녀의 인생을 뒤바꿔놓은 계기가 되었다. 1981년 파리 오페라 발레단에 입단한 실비 길렘은 루돌프 누레예프의 후견 아래 최고의 무용수로 성장했고, 350년 전통의 파리 오페라 발레단 역사상 최연소인 19세라는 나이로 최고 위치인 '에뚜알'로 승격되며 전세계적으로 그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현재 클래식 레퍼토리에서 모던 레퍼토리로 활동을 넓히기 위해 영국 로열 발레단에서 객원 수석 무용수로 활동하고 있는 그녀는 세계적인 현대무용 안무가와 함께 작업하며 현대무용가로서의 활동도 겸하고 있다.
정말이지 이름만 들어도 설레이는 발레리나 실비 길렘이 한국을 찾는다. 그녀가 첫 번째 한국방문에서 보여줄 영역은 현대무용이며, 이번 공연의 동반자는 영국의 현대무용가 아크람 칸이다. 지난 2004년 제7회 서울세계무용축제에 초청되며 이미 국내에 소개된 바 있는 아크람 칸은 인도의 전통무용 ‘카닥’을 현대무용과 접목시켜 ‘컨템포러리 카닥’이라는 그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보여주며 현대무용계에 새로운 획을 긋고 있다.
두 사람의 공연은 단지 두 무용가의 만남에 그치지 않는다. ‘신성한 괴물들’이라는 부제를 갖고있는 이번 프로젝트 공연은 각자의 솔로와 듀엣으로 이루어져 두 무용수가 지닌 각자의 예술관과 카리스마를 엿볼 수 있으며, 두 사람의 만남에서 생성되는 또 하나의 색다른 예술적 충돌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2006년 런던 새들러스 웰스 극장에서 초연된 바 있는 ‘신성한 괴물들’에서 실비 길렘과 아크람 칸은 그들의 어릴적 기억에 대해 털어놓을 참이다. 두 무용수의 무용 스타일은 전혀 다르지만 많이 닮았다. 어린 시절부터 무용수의 길을 걸었던 실비 길렘과 아크람 칸은 클래식(전통)과 모던(현대)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해왔고, 지금까지 다양한 시도와 작업들을 통해 새로움에 또다른 새로움을 만들어왔다. 결국 이번 공연은 독창적인 목소리를 지닌 두 무용수의 실험정신이 탄생시킨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프로그램의 첫 번째인 실비 길렘의 솔로를 위해 대만 클라우드 게이트 무용단의 예술감독 린 화 민이 '실비의 솔로'를 안무했다. 특히 린 화 민은 동양의 전통 무술 등을 현대무용에 접목시켜 새로운 스타일의 현대무용을 창출한 대만의 대표 무용수로 이번 작품 역시 그의 스타일을 십분 활용했다. 이 작품에서 실비 길렘은 아시아적인 접근 방식으로 이 작품을 초연했을 당시 동양의 신비한 서정미를 완벽하게 빚어냈다는 호평을 받은 바있다. 두 번째 ‘아크람 칸의 카탁 솔로’는 카탁의 대가 가우리 샤르마 트리파티가 아크람을 위해 안무한 작품으로 빠른 스피드와 숨가쁜 호흡으로 연결되는 강한 힘을 보여줄 것이다.
이 공연을 봐야만 하는 이유는 바로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인 '실비와 아크람의 2인무'라고 할 수있다. 실비 길렘이 지닌 유연함과 우아함이 아크람 칸의 강력한 힘과 스피드와 만나 공격과 대립을 통해 화합의 길로 접어드는 순간의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서로의 무용 언어를 이해하고 서로의 몸을 이용해 새로운 문자를 형성해 나가는 과정은 두 사람을 왜 ‘신성한 괴물들’이라는 주제로 엮었는지 이해할 수 있는 순간이 되지 않을까? 두 괴물들에 의해 창조된 다양한 무용언어와 함께 음의 대화가 이루어지는 무대인 그 신성한 곳. 그곳을 경험하는 일은 우리에게 흔히 오는 기회가 아님을 확신한다.
실비길렘. 그녀는 41세라는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만큼 유연했고, 힘이 넘쳤다. 항상 발레는 우아하고 여성스럽고 조심스럽다고만 생각해왔던 터라 그녀의 감정적이면서도 열정이 넘치는 1인무를 보면서 다소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듣던대로 타고난 체형과 유연성을 보면서, 그리고 무대가 꽉- 차는 듯한 느낌을 받으면서, 저 사람이 발레를 하면 대체 어떨까 너무너무 궁금해졌다. 그녀는 춤을 추는 도중에 몇번, 환하게 웃었는데- 이렇게 말해서 조금 죄송하기도 하지만 그 웃는 얼굴이 너무 귀여우셨다. ^^
아크람 칸. 작고 힘차며 빠르다고 했다. 앞선 실비의 무대와는 또 다른 의미에서 열정적이었다. 분명히 첼로와 바이올린, 북으로 연주하는 음악은, 꼭 살타첼로의 magnum gayagum이 가야금의 느낌이 나듯, 굉장히 동양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마음대로 움직이는 팔다리를 제어하는 듯한 안무에는 위트도 있었다.
독백이 있은 후 2인무가 있었다. 실비는 무대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것이 처음이라고 했다. 그냥 춤을 추기만 하면 되었을 때는 자신의 주위에 캐릭터나 역할들이 자신을 보호해 주었는데, 이번에는 진정한 실비 자신의 모습을 드러냈다고 했다. 실비가 발을 땅에 닿지 않고 두 사람이 한동안 함께 춤을 췄는데, 아아 하는 탄성이 나도 모르게 나왔었다ㅡ 그 전에 딱딱 끊어가며 재밌게 추던 춤에선 깔깔 웃기도 하고.
뒷부분에서 실비가 온몸으로 아름다움/행복을 느낀다는 뜻의 emerveille를 설명해주는 대목은, 두사람이 투닥거리는 것이 (물론 그것도 대본에 있는 거겠지만,) 꼭 그 자리에서 그러는 것처럼, 친밀했다- (사족이지만, 아아 역시 프랑스 사람의 불어로 말하는 목소리는, 언제나 반하게 된다.+_+)
발레건 카탁이건 어떤 춤이든, 무용에 대한 나의 사전지식은 전무하다. 보는 눈도 없다. 하지만, 오늘 본 것이 쉽게 볼수 없는, 대단한 것이었다는 건 알겠다. 괜히, 나름대로 뭔가 느꼈답시고 이렇게 뭘 적은게 부끄러울라 하네.ㅋㅋ 그래도, 내가 그렇게 느낀거니까.ㅎ
75분 내내, 앞사람에 조금씩 가리는 것도, 오죽하면 무대의 한쪽을 보느라 다른족을 놓치는 것도, 한순간순간이 아쉬웠다. 4번의 커튼콜. 그래도 남은 아쉬움. 하지만 너무나 좋은 공연을 본 후의 꽉찬 마음.
어렸을때부터 엄마는 내게 매년 크리스마스 즈음에 하던 유니버설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을 무척이나 보여주고 싶어 하셨다. 하지만 매년 기회가 되지 않았고, 엄마의 바람은 나의 바람이 되어 나도 매년 보러 가려고 했지만 여태 인연이 닿질 않았다. 그러다가 드디어, 오늘 보고 왔다.
발레는, 여자들에게 참 어울리고 여자가 할때 훨씬 예쁘고 아름다운것 같다. 발의 동작과 손의 움직임이 아기자기하면서 부드러워서 그렇게 느껴졌다. 여자 발레리나들이 발끝으로 서서 종종거리며 춤출때는 꼭 오르골속의 인형을 보는 것 같았다.
1부 중 하얀 눈으로 덮힌 숩속에서 춤을 추는 장면이다. 눈이 펑펑 내리는 가운데 눈부시게 흰 옷을 입고 저렇게 춤추는 장면은 정말 발레 다웠고, 너무나 예뻤다.
아는만큼 보인다, 아는만큼 들린다. 1부보다는 거의다 아는 곡이었던 2부가 훨씬 흥미로웠던건 당연한걸거다. 스페인 춤의 파드되(pas de deux)에서 여자 무용수의 턴은 환상적이었고, 빠른 템포의 그 춤은 중국 춤이라고 하는데, 그게 중국적이었는지는 잘 모르겠고, 러시안 춤은 참 경쾌했다. 양치기 소녀 이야기는 익살스러워서 웃음이 많이 나왔는데, 양들이 참 깜찍발랄했다.
이건 어린아이들도 볼수 있도록 눈높이가 낮아서 정말 부담없이 편하게 볼수 있다. 어떤 뮤지컬처럼 드라마틱한 서사구조로 감동을 주거나 긴장감을 주는게 아니다. 그래서 어떤 뮤지컬처럼 여운이 남거나 전율을 느낄수는 없었어서 조금 아쉽기도 하다. "we wish you a merry christmas"가 흘러나오며 막을 내렸는데, 크리스마스의 마지막을 멋지게 장식한 것 같아 기분이 좋다.
번외로.. 내 오른쪽에 앉았던 남자아이들은 참으로 산만했으며, 내 왼쪽에 앉았던 외국인 남자는 마음에 드는 장면마다 휘파람을 부르고 브라보를 외쳐댔는데, 그 좋아하는 장면들이 나와 거의 똑같아서 처음에는 재밌고 좋았지만, 휘파람 소리가 참으로 길어서 나중엔 귀가 따가왔다. 그리고, 어릴때 보았으면 훨씬 더 재밌게 보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우리의 왕자님이 키가 한뼘만 더 컷으면 좋았겠다는..ㅋ
발레는 여전히 보는눈이 없지만, 내가 좋은 걸로 치면 작년에 본 신데렐라가 아직까지도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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